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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ker 2023.07.18-25






시각 예술 작가 그룹 ‘lecker’에 대하여


이은우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의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The Photographer of Mauthausen, 2018)’에서 수용소 식별부의 책임자인 독일인 파울 리켄은 자료로서 홀로코스트들의 사진을 찍곤 한다. 그가 주인공 프란츠와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다. 프란츠가 “전 현실을 반영한 사진이 좋습니다.”라고 하자, 파울은 “현실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네. 프란츠, 모든 건 보는 이의 관점에 달린 거야”라고 강하게 대답한다. 그래서 파울 리켄은 영화 속 사진을 찍을 때마다, 모든 장면을 입맛에 맞게 각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인간은 속이기 쉽다”라는 그의 말처럼, 사진들은 온통 자신의 입맛으로 연출되고 각색된 것들이다. 관객은 일방적으로 기만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것은 보는 이의 관점에 달린 거야”라는 그의 말은 허탈한 고백에 가깝다. 다양한 관점들의 존재를 인지하지만, 자신만의 각색으로 다양성을 기만하기 때문이다.


그룹 ‘lecker’의 방향은 파울과 같은 외부의 요인으로부터 각색되지 않을, ‘순수성’을 지키고자 목적한다. 이들은 다양한 관점 속에서 각자의 작업을 발전시키고, 연구하려는 목표들을 가진다. 이러한 목적과 목표들로 작가 각자는 굉장히 독특한 개성들을 지니고 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진수성찬(珍羞盛饌)이다. 다만, 입에는 쓰지만 몸에 좋은 보약 같은 것들도 간혹 섞여 있다. 그래서 정해진 그룹명이 ‘lecker(독일어)’이다. 이는 ‘맛있는, 미식의, 입맛이 까다로운’ 등의 의미를 지닌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내가 경험한 작가들은 예술에 있어서, 매우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생각해 보니, 오히려 그쪽이 더 그룹의 성격표현에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파울이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것은 보는 이의 관점에 달린 것이다. 예술가 그룹 ‘lecker’의 작업이 무슨 ‘맛’ 인지는 관객이 스스로 확인해 보길 바란다. ‘취향’ (독일어_ Geschmacksache) 혹은 ‘맛집’은 그렇게 생겨나지 않겠는가?





전시 서문


이지수


본 전시의 제목이자 그룹명인 “lecker_맛있는” 은 독일어 형용사로서,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인간의 혀에 있는 미뢰를 통해 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 즐거움을 느꼈을 경우 표현하는 단어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먹으면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며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행복을 위해 그 추억을 교환하며 미래에 함께 미식(美食)을 약속한다. 즉,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는 인간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것은 전자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일맥상통하며 다른 의미의 필수적인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작품의 다양한 의미와 표현을 이야기하며 비평을 교환해 미래에 더 참신한 예술을 보여주는 것이 미식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lecker”의 작가들은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관점을 통해 다양한 매체로 작품을 구현했고, 이를 통해 관객들은 작품들 속의 맛깔나게 숨겨진 연결고리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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