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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laby, 2021-2022

Film-Portrait-Serie, 5 channel video installation

lullaby

5채널 영상설치 작업 <Lullaby>(2021-2022)는 자장가를 소재로 위로와 회복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노래라고도 할 수 있는 자장가는 송신자와 수신자의 밀접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 완성도 높은 다른 음악보다도 부모를 비롯한 가까운 가족이 불러주는 자장가를 가장 편하게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본연의 정서와 가장 친숙한 음향 체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장가는 두 인격체 사이를 잇는 가장 원초적인 문화적 매개체로써 부르는 이와 듣는 이를 하나의 공통된 감각으로 묶는다. 이 정서적 통합에 의해 어떤 이는 음성만으로 타인에게 아주 특별한 인물이 된다.

 

<Lullaby> 속 인물들은 저마다 자장가를 부르거나 듣고 있다. 그 중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자장가를 부르다 느닷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이 비디오 초상 시리즈의 메시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우리는 소리 없는 화면을 경유하여 여성의 눈물 젖은 목소리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노래하는 동시에 울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이 동일한 신체적 경로를 공유함을 의미한다. 시각에만 의지해 노래 부르는 행위와 우는 행위를 판별한다고 했을 때, 이들을 엄밀히 구분할 수 있는 차이가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도 노래와 울음 간의 유사성을 뒷받침한다. 이때, 노래와 울음을 함께 유발하는 ‘정서적 격동’, 즉 정동(affect)은 카타르시스의 결과물이 아니라 역으로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주체로 작용한다. 여성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아이에게로, 최종적으로는 관람자에게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정동은 부단히 변화하고 굴절되며 퍼져나간다. 이 역동성은 아이와 여성을 공존시키는 힘이면서도 후자가 자신의 실존을 재확인하는 힘이기도 하다. 잠이라는 불확실한 세계를 앞에 둔 아이가 자장가를 들으며 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듯, 화면 속 두 인물에게 자장가란 강력한 유대를 형성하여 삶의 어두운 면들을 함께 이겨내고 이들이 꿈꾸는 세계로 도달하게 만드는 동력과도 같다. 작가는 서사를 배제하고 오로지 이미지의 움직임만으로 영상을 구성함으로써 관람자가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깊숙이 몰입해 그것을 관찰할 수 있게 한다. 폐쇄된 화면 속에서 신체의 반동과 토닥이는 제스처, 입술의 미묘한 움직임은 반복적으로 구사되고, 이 모든 행동은 지극히 느린 흐름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우리의 의식을 서서히 강타한다.

<우리는 혼자 부르는 노래와도 같아서> 중에서

글 임현영 독립큐레이터

작품의 모든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며 작품 내용과 자료의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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